9월 첫 뉴스레터의 인사가 늦었네요. 삶은 제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깨달은 9월이었습니다. 추석 연휴 중 월요일에 인사드리기로 했는데 시일이 꽤 지났습니다. 예정대로면 레터를 발행하고 연휴를 잘 마무리하고 일상으로의 루틴에 익숙할 시점이겠죠.
8월의 가족의 코로나 확진 이후, 간호하며 제가 확진되고 3주간의 후유증으로 뉴스레터 발행도 월 2회에서 1회로 발행 횟수가 줄었는데요. 회복 이후 지난달 말, 가족 기념일 여행차 제주 여행을 다녀오면 좋은 에너지를 채우고, 추석 연휴를 시작하는 지점. 정확히 9월 10일 추석날, 발목에 소리가 날 정도로 심하게 삐었습니다.
정우성 저자의 요가에세이 <단정한 실패>(클릭)에서 '꺼진 땅의 경계를 잘못 디딘 오른 발목이 바깥쪽으로 푹 꺼지면서 심하게 꺾인 것'이란 표현처럼, 저도 비슷한 경우로 발목이 꺾였습니다. 제 상황에 대입하자면 '
아이를 업다가 고르지 않은 잔디밭 구덩이에 잘못 디딘 왼 발목이 바깥쪽으로 푹 꺼지면서 심하게 꺾인 것'이었거든요.
돌아보면 사건과 사고는 늘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일어납니다. 가족 나들이로 한층 기분이 업된 순간이라 현관문을 나설 때는 흥이 났습니다. 두 발로 외출했는데, 귀가길은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불편한 다리가 되어 현관문을 겨우 열었습니다. 휠체어에 의지하여 응급실에 다녀간 후, 깁스로 채워진 발목을 바라보며 추석 연휴를 꼼짝없이 집에서 지내게 되었죠.
그 기간에 우연히 제 시선에 사로잡았던 두 편의 영화가 있었습니다. 찰스 왕세자와 헤어지기로 마음먹기로 한 결정적인 시점(크리스마스)을 배경으로 한 영국 다이애나비의 삶을 투영한 <스펜서>와 미국 37대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으로 배우자(영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그 시간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재키>입니다.
죽음에 가까운 사고는 예상된 시나리오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밀접하기에 무서움이기에.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면 사고 방지대책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하지 못한 불안한 미래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역사를 보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그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많은 이들의 불안한 감정은 '예측하지 못한 미래'에서 오기 때문이죠. 백지같은 미래가 간혹 희망을 더할 때도 있지만, 불안감을 잠재울려면 '생존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을 <일터의 문장들> 책에서 알았습니다.
🔍"나를 위해서 내가 일하는 게 생존 공부예요. 코로나로 강의 끊겨서 울고 있는 나를 도울 사람이 누가 있어요? 나밖에 없잖아. 내가 나를 돕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공부예요." (김미경)
🔍"나만의 시나리오가 절실할 겁니다. 개인화된 리부트 시놉시스. 내 직업에서 앞으로 변할 것과 변하지 않을 것을 구체적으로 써봐야 해요. 거기서 지금 해야 할 일을 온택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디펜던드 워커, 세이프티 공식에 맞게 정리해 나가야죠."(김미경)
지난호에 언급한 '생존 근육'을 잇는 '생존공부' 단어를 이 책에서 발견했어요. '생존 근육'은 몸에 근육이 없더라도 운동할 수 있는 근육이 있다고 말했는데, '생존 공부'는 나를 위해 세상의 트렌드를 읽는 공부입니다.
앞서 언급한 두 영화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고난의 시간을 극복하고자 애쓰는 두 여인의 한 순간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확실히 앓고 나면 나의 취약점도 잘 알게 됩니다. 코로나 블루와 발목 부상으로 저는 기관지와 발목이 약한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깐요.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가능한 몸 사리며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자'라고 다짐하기보단, 아픔이 있는 그 시기에 내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발목이 다친 9월 10일부터 보름이 지난 9월 마지막주를 맞이하며, 코로나 회복으로 더디었던 8월보다 더 단단해졌습니다. 되려 최상의 컨디션을 갖춘 몸에서 '자기 검열'을 자주 했었습니다. 코로나로 목소리를 잃고 무기력증에 빠지거나, 발목이 아픈 지금 시기엔 '자기 검열'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전보다 불편한 몸의 컨디션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거 자체가 감사하고,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한 발 더 나아가,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제 3자의 시선을 듣기로 했습니다. 어제 마주한 커리어 코칭가는 대세를 따라 '팔리는 글쓰기'를 배워봐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요즘 세상에 글 잘 쓰는 이들은 많고, 특히 (당신이 쓰는) 치유하는 글쓰기 성격의 글은 많다고 말이죠.
'희소성'과 '대세'의 차이인데, 노트에 적은 코칭 상담의 기록을 복기할수록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결국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점을 실력으로 키워야하는데, 시간을 투여하고 실력으로 만들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죠. 반면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을 똑같은 시간에 연습한다면 강점이 더더욱 빛나지 않을까 싶었어요.
결국 어느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나를 끼여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나라는 사람을 탐구할 시간'을 많이 가져보는게 가치롭고 내 삶의 유리한 고지(高地)를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출근전읽기쓰기] 뉴스레터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닐테니 말이죠.
저만이 쓸 수 있는 글과 독자들이 찾게 되는 글이 되려면, 저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앞서 책에서 김미경 대표가 언급한 대로 '생존 공부'를 처절하게 해야겠죠. 그 현답을 찾으려면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님의 말에 따라 '실력도 인성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사회에서 생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쉴 새 없이 메시지를 줘야하는 온라인에서 밀도 높은 콘텐츠'가 살아남기에 '저는 실력있는 자'가 되어야하는 거겠죠.
무엇보다 이 뉴스레터가 휴지통에 버려지길 바라지 않은 마음에서..단숨에 읽고 버리게되는 휘발성 레터가 아닌, 여러 번 꺼내 읽게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야 좋은 일터를 만들고, 좋은 일터를 만들어야 좋은 사람이 온다"라는 말이 있듯, 이 레터가 "일벗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는 좋은 레터를 만들고, 좋은 레터를 만들어서 좋은 세상이 다가오길"바람입니다.
그 더딤의 과정을 거쳐 이제서야 17호를 보낸다는 게 너무나 송구스럽게 느껴집니다. 이왕이면 더 잘 쓰고 싶고 더 잘하고 싶지만, 제 역량의 한계를 알기에 매번 색다른 실험과 시도로 님의 입맛에 맞게 자주 인사드리고 싶지만... 이리도 허약한 제 몸과 마음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바랄게요. 그 마음을 담아 남은 2022년을 [출근전읽기쓰기]에 매진해보겠습니다.